서산대사

관리자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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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西山大師)는 조선 오백 년 중 가장 훌륭했던 선승의 한 사람이다. 법명은 휴정(休靜)이며 법호는 청허(淸虛)이다. 묘향산에서 오래 살아 서산이란 별호로 불리어졌다.


대사는 우리나라 차나무 재배의 본 고장인 지리산 화개동천(花開洞天)에 출가하면서부터 다도를 익히기 시작하였다. 뒷날 금강산과 묘향산 북쪽에 살면서도 항상 작설차를 구하여 마셨다 한다. 이처럼 평생을 통하여 차를 즐기고 가까이 한 대사는 어느 다승 못지않게 다도의 오묘한 경지에 이르러 선과 차의 합일된 일미(一味)를 구가하였다.


마지막 임종에 이르러서도 문하의 제자들에게 자신의 유품을 차의 본 고장인 두륜산(頭輪山)의 대둔사(大屯寺)에 보관토록 명하였다. 이는 차에 대한 스님의 각별한 사랑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스님의 많은 다시들은 이러한 차에 대한 아낌의 표현이다.


낮이 되면 한 잔의 차요

밤이 오면 한 바탕의 잠 일세

푸른 산과 흰 구름이 더불어

무생법인의 일 이야기 하네


이 시에는 자연의 뜻대로 낮에는 참선을 하고 밤에는 도인으로서 잠을 자는 청한(淸閑)한 삶의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삶 속에서도 흰 구름처럼 객이 찾아오면 그와 마주 앉아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이야기 하는 삶의 유유자적함 또한 잘 어우러져 있다.

대사의 다른 시를 한 편 더 보자.

스님 대여섯 사람이
내 암자 앞에 집 지었네
새벽 종 울리면 함께 일어나고
저녁 북 울리면 함께 잠자네.
달빛 비친 시냇물을 함께 길어
차 달여 푸른 연기 나누네.
날마다 무슨 일 논 하는가
염불인가 참선인가.

이 시는 <두류내은적頭流內隱寂>이라는 시이다. 여기의 은적암 일대에는 천여 년 전부터 차나무가 자생하여 많은 승려들이 차 마시기를 일상화 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이 암자의 승려들은 다른 승려들에 비하여 차를 많이 마시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의 차 마시는 생활이란 단지 차를 마신다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염불· 간경(看經)· 참선을 하는 수도 생활의 일부였다. 대사의 이 시는 그렇듯 다도의 생활이 모든 선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 우리는 여기서 탈속한 큰 스님의 일괄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