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화 살린 ‘명원’ 유지 계승
다례, 청소년 인성교육 기여 불교신문 협약 ‘차문화 발전’
세계명원차박람회 9월 개최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 어머니 이웃 돌본 부모님 뜻 계승할 것”
“다도·선 정신이 결합하기에 불교와 차는 불가분의 관계”
모친 명원 김미희 여사의 뜻을 이어 한국 차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어머니 뜻을 이어 한국 차문화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새해를 맞아 사라진 우리 차문화를 현대에 되살린 모친 명원 김미희 선생 유지를 계승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을 역임한데 이어 조계사 신도회장 소임을 보는 등 신심(信心) 깊은 김의정 이사장을 지난 15일 명원문화재단에서 만났다.
“제 나이 70을 넘고 보니 세월이 어떻게나 빨리 가는지 모르겠네요.”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넨 김의정 이사장은 “젊어서는 시간이 안가 지겹다고 느낀 적도 있는데, 지금은 너무 빨라 정신이 없다”면서 “신년 계획을 반이나 지켰는지 참회하고, 바쁘기만 했지 무얼했나는 반성을 해본다”고 새해를 맞이한 소감을 겸손하게 전했다.
한국 차문화 발전의 견인차이며 종가(宗家)인 명원문화재단의 새해 주요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의정 이사장은 “우리 차(茶) 복원의 선구자이신 어머님 뜻을 받들어 명원문화재단을 이끌어 오면서 원력은 늘 한결 같다”면서 “우리의 전통다도 맥을 이어 나가고, 우리 차문화 발전에 힘쓰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김의정 이사장은 지난해 개최한 ‘명원세계차박람회’를 통해 우리 차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또한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전국 사찰의 템플스테이에서 다도를 지도하는 길을 열었고, 불교신문과 업무협약 체결로 우리 차의 역사와 문화를 불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 차문화 발전과 차문화 산업 복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명원세계차박람회에 대해 김의정 이사장은 “박람회라고 명칭을 붙인지는 3년이 됐지만, 약 20년 전부터 차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행사를 해 왔다”면서 “2013년과 2014년에는 보성군과 공동주최했고, 2015년에도 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것을 계기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우리 차문화를 알려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의정 이사장은 “지난해 유럽과 동서양 16개국의 차인을 초청했는데 ‘대한민국에 이렇게 차인들이 많고, 훌륭한 차문화가 있는지 몰랐다’면서 감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며 “박람회를 통해 ‘세계 차 생산 국가’ 표기 지도에 우리나라도 차생산국가인 초록색을 표시하게 됐다”고 미소지었다. 올해는 9월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2016명원세계차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의정 이사장은 차는 전문가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 함께한 문화로 일반 국민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로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릴 만큼 예절을 중요시하는 나라로, 차와 함께 다례라는 독특한 차문화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1950년 4월, 서울 우이동에서 단란한 한때.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명원 김미희, 성곡 김성곤, 김인숙, 김석원, 김의정.
김의정 이사장은 “우리 차문화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오는 한국 전통의 종합 생활 문화예절”이라면서 “차문화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정성스럽게 녹차를 우려내어 지인(知人)에게 대접해 보세요. 두 손으로 차를 올리는 어른에 대한 공경심, 남을 배려하는 정성스러운 마음, 그것이 바로 차가 주는 메시지입니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차를 통한 예절교육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김의정 이사장은 “차는 예절이고 생활”이라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차를 보급하여 생활화하게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이들의 정서와 건강 인성교육에 다례(茶禮)만한 것이 없습니다. 가까운 이웃나라나 서양에서도 차는 식사자리에 늘 함께 합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차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줘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할지 모르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녹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우리 사회가 밝아질 것입니다.”
지난해는 차산업, 차문화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해 차발전의 전기를 마련했으며, 인성교육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인성교육진흥법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차 관련 종사자들의 숙원이었던 ‘차산업 발전 및 차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의미에 대해 김의정 이사장은 “100만 서명운동 범국민추진위원회’의 회장 소임을 맡아 전국을 밤낮없이 뛰어다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한국의 차산업과 차문화는 인식이 많이 부족했다”면서 “한국차문화산업 진흥법의 법률 통과로 한국 차산업과 차문화는 새로운 부흥과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명원다회로부터 55주년인 지난해에 큰 토대를 마련하였기에, 이를 더욱 공고히해서 우리의 전통다례를 청소년들과 성인들에게 알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 이바지하는 인성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김의정 이사장은 “차문화의 보급을 통해 국민의 건강한 생활에 이바지하고 차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면서 “농업인의 소득증대에 기여함과 아울러 차문화산업 정책의 연구 및 올바른 시행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서양에서 수입하는 커피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 생산 농민들에게도 힘이 되고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직접 재배하고 마음을 담아 차를 덖어 판매하는 농민들에게 혜택이 가길 바랍니다.”
한국 차의 원형을 복원한 명원 김미희 선생이 김의정 이사장의 모친이다. 명원 선생은 특히 ‘궁중다례 복원’에 큰 기여를 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 차 역사에는 가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해진 다례라는 의식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쇠퇴하여 명맥마저 찾기 어려운 것을 어머님이 끈질기게 노력해 그 뿌리를 찾았다”고 회고했다.
“그 복원과정은 너무나도 어려웠지요. 전통다도의 맥이 거의 사라져가던 시기라서 다례 절차는 물론 다구 하나도 복원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순정효황후와의 인연으로 김명길, 성옥염 상궁에게 전통 다례법을 전수받고, 철저한 고증을 통해 궁중다례를 복원해 정립했습니다. 초의스님도 이론과 저서는 있으나 다법(茶法)이 없던 것을 어머니는 1980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차 학술대회’를 열어 일본 다도가 섞이지 않은 ‘한국 전통의식 다례 발표회’를 했습니다. 또한 궁중다례의 다구와 절차의 번거로움 때문에 차문화 보급이 어려울 것을 염려해 전통궁중다례법에 근거한 ‘생활다례법’을 제정했습니다.”
김의정 이사장은 “전통문화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는 오늘날, 궁중의 문화인 궁중다례가 이어져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먹을 것도 없는데 무슨 차가 필요하고 예절을 배우느냐는 일부의 눈총에도 어머니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어머니는 전통다례는 ‘개인의 근거 없는 창작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배운 일본 다법까지 섞어 교육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누차 강조했습니다.”
김의정 이사장은 “명절에 조상님께 올리는 차례도 술이 아니라 차로 올려야 한다”면서 “일본의 식민지 정책으로 우리나라 문화를 저급하게 만들기 위해 차 대신 술을 올리도록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명원 김미희 선생(보관문화훈장)과 김의정 이사장(옥관문화훈장)은 2대에 걸쳐 국가에서 훈장을 수여받았다.
명원문화재단은 일지암 복원 등 한국 다도 문화를 다시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김의정 이사장은 “일지암 복원을 생각하면 고생하신 어머니가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면서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 일지암이 있는 해남을 수십 번 왕래하며 복원하신 그 열정에 지금도 머리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모친의 유지를 계승해 대흥사에 초의스님 동다송비를 세우고, 국민대에 ‘제2 일지암’을, 순천만 정원박람회 안에 ‘제3 일지암’을 복원시켰다.
김의정 이사장은 다도를 통한 청소년 인성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1년째 ‘국제청소년 차문화대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통령상이 있는 국내 유일의 차행사다. “차와 예절을 청소년기부터 배우면 사회생활은 물론 예절 바르고 효심 있는 성인으로 자랄 것입니다. 차문화 보급에 앞장선 선생님들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으로 ‘명원국제차문화대상 시상식’을 진행한지도 21년이 됐습니다.”
효심(孝心)이 깊은 것으로 유명한 김의정 이사장은 “저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하면, 어머님과 아버님을 떠올린다”면서 “자랄 때는 늘 어머니를 빼앗기는 기분이었지만, 그 분은 나만의 어머니가 아니셨다”고 회고했다. “어려운 사람들의 어머니셨고 국가의 어머니셨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니께 도움을 받았다고 인사하는 스님을 종종 뵙곤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남다르다. 김의정 이사장은 “아버님(성곡 김성곤)은 국회의원을 네 번이나 지냈지만, 늘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면서 “특히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셨다”고 회고했다. “지방 행사에 참여했는데 그곳 시장님이 저희 아버지의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를 했다고 내 손을 잡고 감사해 하시더라고요. 장학금이 없었으면 학교를 마치지 못했을 거라고 감사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김의정 이사장은 “아버님은 어머니가 무엇을 해도 ‘좋은 일에 쓰는데’라며 씀씀이에 말씀이 통 없으셨다”면서 “그런데 어느 날 약주를 하고 들어오셔서 저를 보시고 ‘네 엄마가 매년 쓰는 돈이 웬만한 중소기업 짓고도 남을 돈’이라고 하신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최근 불교신문 사장 주경스님과 차문화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차문화 발전을 위해 명원문화재단과 불교신문이 공동 노력을 하기로 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혼자서 전통의 맥을 알리는 일이 어려웠는데 든든한 마음”이라면서 “차와 선(禪)은 하나라고 할 정도로 수행에 다도의 정신과 선의 정신이 결합하기 때문에 불교와 차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언론기관인 불교신문과의 업무협약 체결은 의미가 깊다”면서 “앞으로 한국의 차문화 발전을 위해 불교신문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우리 차의 역사와 전통다도를 정확하게 보도하는데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합니다. 불교신문과 명원문화재단(명원다회)은 55주년을 맞은 ‘동년배’이니, 참 좋은 인연입니다. 앞으로 서로 격려하며 우리 전통과 불교 발전을 위해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의정 이사장은 “어머님처럼은 못해도 그 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늘 남편에게 감사하고 자식들에도 집이라도 한칸 씩 마련해주고 나면 재산은 재단과 불교의 뜻있는 일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조계사 신도회장이기도 한 김의정 이사장은 “어머니 뒤를 이어 회장을 맡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총본산 성역화 불사에 힘껏 마음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조계사가 자연스럽게 세계화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주고, 사찰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는 도량이 됐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한 사람이라도 더 전하는 포교활동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대담을 마무리하면서 김의정 이사장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불교 가르침이 널리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의정 이사장은 “자비와 포용정신이 불교의 기본”이라면서 “서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서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차 한 잔 올리는 마음으로 통합과 화합의 정신인 자비와 포용이 가장 큰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인성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차는 국경을 넘고 남녀노소를 넘는 문화이기 때문에, 국민의 정서와 전통을 살리고자 개인 재산을 쓰면서 대를 이었습니다. 차는 우리가 살면서 여유를 갖고 행복해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부처님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새해를 맞아 불자와 국민들에게 희망의 덕담도 선사했다. “불자여러분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늘 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여 보십시오. 급한 마음은 여유롭게 되고 머리가 맑아집니다. 차를 마시면 자기를 되찾는 길이 빨라집니다. 정신 건강과 몸의 건강을 위해 차를 마시는 생활로 늘 평안하기를 발원합니다.”
■ 김의정 이사장은…
성균관대 문학박사.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27호 ‘궁중다례 의식’ 보유자.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역임. 세계불교도우의회(WFB) 부회장, 사단법인 한국다도총연합회 총재, 국립민속관박물관회 회장, 서울시문화재찾기시민위원회 위원장. 해외문화재귀환국민환영위원회 위원장(문화체육관광부), 한국차산업진흥법 범국민추진위원회 상임회장,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 위원장, 한국전통다도예절관리위원회 위원장, 서울 조계사 신도회장 등 많은 소임을 맡고 있다.
[불교신문3171호/2016년1월23일자]
차문화 살린 ‘명원’ 유지 계승
다례, 청소년 인성교육 기여 불교신문 협약 ‘차문화 발전’
세계명원차박람회 9월 개최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 어머니 이웃 돌본 부모님 뜻 계승할 것”
“다도·선 정신이 결합하기에 불교와 차는 불가분의 관계”
모친 명원 김미희 여사의 뜻을 이어 한국 차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어머니 뜻을 이어 한국 차문화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새해를 맞아 사라진 우리 차문화를 현대에 되살린 모친 명원 김미희 선생 유지를 계승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을 역임한데 이어 조계사 신도회장 소임을 보는 등 신심(信心) 깊은 김의정 이사장을 지난 15일 명원문화재단에서 만났다.
“제 나이 70을 넘고 보니 세월이 어떻게나 빨리 가는지 모르겠네요.”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넨 김의정 이사장은 “젊어서는 시간이 안가 지겹다고 느낀 적도 있는데, 지금은 너무 빨라 정신이 없다”면서 “신년 계획을 반이나 지켰는지 참회하고, 바쁘기만 했지 무얼했나는 반성을 해본다”고 새해를 맞이한 소감을 겸손하게 전했다.
한국 차문화 발전의 견인차이며 종가(宗家)인 명원문화재단의 새해 주요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의정 이사장은 “우리 차(茶) 복원의 선구자이신 어머님 뜻을 받들어 명원문화재단을 이끌어 오면서 원력은 늘 한결 같다”면서 “우리의 전통다도 맥을 이어 나가고, 우리 차문화 발전에 힘쓰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김의정 이사장은 지난해 개최한 ‘명원세계차박람회’를 통해 우리 차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또한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전국 사찰의 템플스테이에서 다도를 지도하는 길을 열었고, 불교신문과 업무협약 체결로 우리 차의 역사와 문화를 불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 차문화 발전과 차문화 산업 복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명원세계차박람회에 대해 김의정 이사장은 “박람회라고 명칭을 붙인지는 3년이 됐지만, 약 20년 전부터 차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행사를 해 왔다”면서 “2013년과 2014년에는 보성군과 공동주최했고, 2015년에도 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것을 계기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우리 차문화를 알려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의정 이사장은 “지난해 유럽과 동서양 16개국의 차인을 초청했는데 ‘대한민국에 이렇게 차인들이 많고, 훌륭한 차문화가 있는지 몰랐다’면서 감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며 “박람회를 통해 ‘세계 차 생산 국가’ 표기 지도에 우리나라도 차생산국가인 초록색을 표시하게 됐다”고 미소지었다. 올해는 9월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2016명원세계차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의정 이사장은 차는 전문가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 함께한 문화로 일반 국민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로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릴 만큼 예절을 중요시하는 나라로, 차와 함께 다례라는 독특한 차문화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1950년 4월, 서울 우이동에서 단란한 한때.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명원 김미희, 성곡 김성곤, 김인숙, 김석원, 김의정.
김의정 이사장은 “우리 차문화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오는 한국 전통의 종합 생활 문화예절”이라면서 “차문화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정성스럽게 녹차를 우려내어 지인(知人)에게 대접해 보세요. 두 손으로 차를 올리는 어른에 대한 공경심, 남을 배려하는 정성스러운 마음, 그것이 바로 차가 주는 메시지입니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차를 통한 예절교육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김의정 이사장은 “차는 예절이고 생활”이라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차를 보급하여 생활화하게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이들의 정서와 건강 인성교육에 다례(茶禮)만한 것이 없습니다. 가까운 이웃나라나 서양에서도 차는 식사자리에 늘 함께 합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차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줘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할지 모르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녹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우리 사회가 밝아질 것입니다.”
지난해는 차산업, 차문화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해 차발전의 전기를 마련했으며, 인성교육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인성교육진흥법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차 관련 종사자들의 숙원이었던 ‘차산업 발전 및 차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의미에 대해 김의정 이사장은 “100만 서명운동 범국민추진위원회’의 회장 소임을 맡아 전국을 밤낮없이 뛰어다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한국의 차산업과 차문화는 인식이 많이 부족했다”면서 “한국차문화산업 진흥법의 법률 통과로 한국 차산업과 차문화는 새로운 부흥과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명원다회로부터 55주년인 지난해에 큰 토대를 마련하였기에, 이를 더욱 공고히해서 우리의 전통다례를 청소년들과 성인들에게 알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 이바지하는 인성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김의정 이사장은 “차문화의 보급을 통해 국민의 건강한 생활에 이바지하고 차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면서 “농업인의 소득증대에 기여함과 아울러 차문화산업 정책의 연구 및 올바른 시행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서양에서 수입하는 커피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 생산 농민들에게도 힘이 되고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직접 재배하고 마음을 담아 차를 덖어 판매하는 농민들에게 혜택이 가길 바랍니다.”
한국 차의 원형을 복원한 명원 김미희 선생이 김의정 이사장의 모친이다. 명원 선생은 특히 ‘궁중다례 복원’에 큰 기여를 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 차 역사에는 가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해진 다례라는 의식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쇠퇴하여 명맥마저 찾기 어려운 것을 어머님이 끈질기게 노력해 그 뿌리를 찾았다”고 회고했다.
“그 복원과정은 너무나도 어려웠지요. 전통다도의 맥이 거의 사라져가던 시기라서 다례 절차는 물론 다구 하나도 복원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순정효황후와의 인연으로 김명길, 성옥염 상궁에게 전통 다례법을 전수받고, 철저한 고증을 통해 궁중다례를 복원해 정립했습니다. 초의스님도 이론과 저서는 있으나 다법(茶法)이 없던 것을 어머니는 1980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차 학술대회’를 열어 일본 다도가 섞이지 않은 ‘한국 전통의식 다례 발표회’를 했습니다. 또한 궁중다례의 다구와 절차의 번거로움 때문에 차문화 보급이 어려울 것을 염려해 전통궁중다례법에 근거한 ‘생활다례법’을 제정했습니다.”
김의정 이사장은 “전통문화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는 오늘날, 궁중의 문화인 궁중다례가 이어져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먹을 것도 없는데 무슨 차가 필요하고 예절을 배우느냐는 일부의 눈총에도 어머니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어머니는 전통다례는 ‘개인의 근거 없는 창작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배운 일본 다법까지 섞어 교육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누차 강조했습니다.”
김의정 이사장은 “명절에 조상님께 올리는 차례도 술이 아니라 차로 올려야 한다”면서 “일본의 식민지 정책으로 우리나라 문화를 저급하게 만들기 위해 차 대신 술을 올리도록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명원 김미희 선생(보관문화훈장)과 김의정 이사장(옥관문화훈장)은 2대에 걸쳐 국가에서 훈장을 수여받았다.
명원문화재단은 일지암 복원 등 한국 다도 문화를 다시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김의정 이사장은 “일지암 복원을 생각하면 고생하신 어머니가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면서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 일지암이 있는 해남을 수십 번 왕래하며 복원하신 그 열정에 지금도 머리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모친의 유지를 계승해 대흥사에 초의스님 동다송비를 세우고, 국민대에 ‘제2 일지암’을, 순천만 정원박람회 안에 ‘제3 일지암’을 복원시켰다.
김의정 이사장은 다도를 통한 청소년 인성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1년째 ‘국제청소년 차문화대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통령상이 있는 국내 유일의 차행사다. “차와 예절을 청소년기부터 배우면 사회생활은 물론 예절 바르고 효심 있는 성인으로 자랄 것입니다. 차문화 보급에 앞장선 선생님들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으로 ‘명원국제차문화대상 시상식’을 진행한지도 21년이 됐습니다.”
효심(孝心)이 깊은 것으로 유명한 김의정 이사장은 “저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하면, 어머님과 아버님을 떠올린다”면서 “자랄 때는 늘 어머니를 빼앗기는 기분이었지만, 그 분은 나만의 어머니가 아니셨다”고 회고했다. “어려운 사람들의 어머니셨고 국가의 어머니셨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니께 도움을 받았다고 인사하는 스님을 종종 뵙곤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남다르다. 김의정 이사장은 “아버님(성곡 김성곤)은 국회의원을 네 번이나 지냈지만, 늘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면서 “특히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셨다”고 회고했다. “지방 행사에 참여했는데 그곳 시장님이 저희 아버지의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를 했다고 내 손을 잡고 감사해 하시더라고요. 장학금이 없었으면 학교를 마치지 못했을 거라고 감사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김의정 이사장은 “아버님은 어머니가 무엇을 해도 ‘좋은 일에 쓰는데’라며 씀씀이에 말씀이 통 없으셨다”면서 “그런데 어느 날 약주를 하고 들어오셔서 저를 보시고 ‘네 엄마가 매년 쓰는 돈이 웬만한 중소기업 짓고도 남을 돈’이라고 하신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최근 불교신문 사장 주경스님과 차문화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차문화 발전을 위해 명원문화재단과 불교신문이 공동 노력을 하기로 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혼자서 전통의 맥을 알리는 일이 어려웠는데 든든한 마음”이라면서 “차와 선(禪)은 하나라고 할 정도로 수행에 다도의 정신과 선의 정신이 결합하기 때문에 불교와 차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언론기관인 불교신문과의 업무협약 체결은 의미가 깊다”면서 “앞으로 한국의 차문화 발전을 위해 불교신문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우리 차의 역사와 전통다도를 정확하게 보도하는데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합니다. 불교신문과 명원문화재단(명원다회)은 55주년을 맞은 ‘동년배’이니, 참 좋은 인연입니다. 앞으로 서로 격려하며 우리 전통과 불교 발전을 위해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의정 이사장은 “어머님처럼은 못해도 그 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늘 남편에게 감사하고 자식들에도 집이라도 한칸 씩 마련해주고 나면 재산은 재단과 불교의 뜻있는 일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조계사 신도회장이기도 한 김의정 이사장은 “어머니 뒤를 이어 회장을 맡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총본산 성역화 불사에 힘껏 마음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조계사가 자연스럽게 세계화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주고, 사찰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는 도량이 됐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한 사람이라도 더 전하는 포교활동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대담을 마무리하면서 김의정 이사장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불교 가르침이 널리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의정 이사장은 “자비와 포용정신이 불교의 기본”이라면서 “서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서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차 한 잔 올리는 마음으로 통합과 화합의 정신인 자비와 포용이 가장 큰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인성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차는 국경을 넘고 남녀노소를 넘는 문화이기 때문에, 국민의 정서와 전통을 살리고자 개인 재산을 쓰면서 대를 이었습니다. 차는 우리가 살면서 여유를 갖고 행복해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부처님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새해를 맞아 불자와 국민들에게 희망의 덕담도 선사했다. “불자여러분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늘 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여 보십시오. 급한 마음은 여유롭게 되고 머리가 맑아집니다. 차를 마시면 자기를 되찾는 길이 빨라집니다. 정신 건강과 몸의 건강을 위해 차를 마시는 생활로 늘 평안하기를 발원합니다.”
■ 김의정 이사장은…
성균관대 문학박사.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27호 ‘궁중다례 의식’ 보유자.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역임. 세계불교도우의회(WFB) 부회장, 사단법인 한국다도총연합회 총재, 국립민속관박물관회 회장, 서울시문화재찾기시민위원회 위원장. 해외문화재귀환국민환영위원회 위원장(문화체육관광부), 한국차산업진흥법 범국민추진위원회 상임회장,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 위원장, 한국전통다도예절관리위원회 위원장, 서울 조계사 신도회장 등 많은 소임을 맡고 있다.
[불교신문3171호/2016년1월23일자]